착상전 배아유전자 검사를 하다보면, 절망적인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극단적인 예이긴 하나, 3가지 경우입니다.
1) 우선 배아 유전자 검사를 할려고 하나 5일 배아가 나오지 못한 경우이지요.
배아가 3일까지는 잘 자라다, 4일 5일째 잘 자라지 못하고 발달이 멈추는 경우인데 이는 정말 설명하기 어려운 난감함이 있습니다.
결과를 보러 오는 두 부부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특히 남편분에게 할 말이 없습니다.
배아가 3일 이후를 잘 견디지 못하는 이유는 해당 배아 자체가 염색체 비정상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안좋은 배아여서 4일/5일을 추가로 자라지 못하는 것이지요
제기되는 기전과 원인으로는 남편측 정자 유전자 이상이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정자 염색체 활성화로 촉발된 배아 유전체 발현에 결함이 생긴 거라 봅니다.
[2일째까지의 발달은 난자가 도맡아서 하고,
3일이후부터선 정자가 역할을 하면서 새로운 배아 유전체가 발생하는데,
새로이 생성된 배아 유전제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에
4~5일을 버티지 못한다는 가설입니다.]
2번째는 검사할 만한 배아가 1개 나왔는데, 1개가 비정상이 나온 경우입니다.
이건 순전히 확률의 문제입니다.
난자가 좀 더 나왔다면 검사할 만한 배아가 여러개 나올 수 있고,
그러면 정상 배아가 있을 수 있는 것이지요.
결국 난소 나이와 연관이 되는 문제입니다.
겨우 겨우 1개의 주머니배 배아 (5일 배아, blastocyst)를 애지중지 키웠는데 검사 결과 비정상이 나오면,
다시 난소 자극을 해야 합니다.
새로이 시작하는 난자에서 정상 염색체 배아를 찾아야 하지요.
차라리 나아요.
3가지 시나리오에서 난감함이 비교적 덜해요.
다음에 좋은 난자가 나온다면 배아 이식을 할 수 있으니깐요.
3번째 시나리오는 5일 배아 3~4개가 나와 검사를 했는데, 모두 비정상으로 나온 경우입니다.
아...
이건 정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 분들에겐 뭐라 말할 수 있을까요?
"어렵겠네요. 두분의 만나면 안되는 사이였나봐요" 라고 해야 하나요?
우선 몇가지 내용이 있어요
a) 검사한 배아의 염색체 검사가 모두 비정상이 나왔을때, 다음 주기에서도 모두 비정상이 나오지 않아요.
새로운 주기에서 정상 염색체 배아가 발견되었다는 논문도 있어요.
b) 검사한 배아가 비정상이 아닐 가능성이 있어요.
염색체 검사는 우리가 아는 것과 달리 all or none (정상 또는 비정상) 이렇게 딱 짤라 말하기 어려워요.
즉, 그 사이에 모자익이라는 검사 결과가 있어요.
정상도 아닌, 그렇다고 비정상도 아닌,,,
그런 모자익 소견을 비정상으로 진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요.
일종의 기형(mutation)이 아닌 변이 (variant)가 있는 것인데,
이러한 변이 또는 모자익을 기형으로 봐야 하는지는 논란이 있어요.
인간에서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5일 배아 검사 샘플인 태반 조직에 염색체 이상이 몰려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동물 연구도 존재하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잘 키운 주머니배 배아 결과가 모두 비정상으로 나온 경우,
착상전 유전자 검사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료진과 난임 부부가 깊이 토의해봐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지요.
여러 논문에서 비정상 배아를 이식해서 정상 염색체 결과가 나온 경우도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검사 오류와 검사 한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절망스러운 시간과 공간에 배아 모자익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을 토론하느 컨퍼런스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