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노력을 해서 난포를 키우고 무서운 시술과 마취를 지나 성숙 난자를 얻게 되었지만, 결국 비정상 수정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통계적으로 약 1~5% 정도의 빈도로 나타나고 하는데,
클리닉에 따라 1PN (1 pronucleus)로 진행된 경우 유전자 이상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여 바로 폐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야기를 진행하기 전에 pronucleus라는 전핵이라는 단어를 알아둘 필요가 있는데,
전핵 pronucleus란 난자와 정자가 접합자가 되기 전단계의 상태를 말합니다.
[(난자 + 정자) → 접합자 (zygote) ]가 가장 이해하기 쉽지요.
난자와 정자가 합쳐져 접합자 (1cell)가 되고, 이러한 접합자가 분열을 시작하여 2세포기, 4세포기로 진행하게 되면 배아가 되는 것이지요. 통상 배아라 함은 접합자부터 배아라고 하지요.
그런데 실제 접합자가 되기 전 전핵 (pronucleus) 단계라는 시간이 있습니다.
[(난자 + 정자) → 전핵 단계 (pronucleus) → 접합자 (zygote)]라고 세분화할 수 있어요.
즉, 난자와 정자가 수정하기 전 (즉 접합자가 되기 전)에 전핵 단계로 존재하는데
우리는 이 전핵 단계의 상태를 보고 정상 수정 가능성을 점칩니다.
(난자와 정자 → 전핵 단계)
이 단계를 통해 정상 접합자 가능성을 점치는 것이지요.
그럼 전핵 단계는 이렇게 묘사할 수 있어요.
(정자가 난자 안으로 들어가 1개의 세포로 합쳐지기 전단계)
난자 안에 들어간 정자가 확인되는 상태,
그렇지만 접합자 단계는 아닌 상태에요.
난자안에 정자가 들어가서 확인할 수 있는 단계를 전핵 단계 (pronucleus, PN)라 지칭하고
이 PN 단계를 확인할 수 있어요.
통상 정자와 난자를 고식적 수정 시도를 하거나, 미세 수정 시도를 한 후 17시간 뒤에 PN 체크를 하지요.
아침에 난자 채취를 한 후 오후 2시~3시쯤 생배실에서 수정시도를 하면
아침 7시나 8시쯤 PN을 확인할 수 있어요.
이때 PN 상태가 비정상이면 비정상 수정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비정상 수정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비정상 수정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 PN 상태라고 말할 수 있지요.
메디컬 텀을 쓰면, [abnormal zygote로 갈 가능성이 높은 PN 상태]라고 하지요.
결국 PN 상태가 중요해요.
아무리 정상 난자고, 정상 정자라 하더라도...
2PN이면 정상 수정으로 갈 가능성이 높구요.
2PN이라고 하면 PN이 2개 보인다는 뜻인데,
1개의 PN은 male PN
또 다른 PN은 female PN이라고 합니다.
male PN을 번역하면 웅성전핵
female PN을 번역하면 자성전핵이라고 하지요.
웅성 전핵 (male PN)은 "난자속으로 들어간 정자 머리부는 형체가 불확실해지고 포상을 이룬 전핵"입니다.
자성 전핵 (female PN)은 "정자가 침입하면 분열을 다시 진행되어 제2극체를 배출하면서 난자 안에 남게 된 전핵"을 말합니다.
이러한 2개의 PN이 보이면
"음... 난자 안에 정자가 들어가서 각자의 전핵을 만들었군... 이젠 1개의 세포인 접합자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아주 높겠어"라고 안심을 하게 되지요.
그런데 2개의 세포를 이용해서 수정을 시도했음에도
비정상 수정 가능성이 높은 전핵 단계 상태를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multi-PN, 1PN 단계이지요.
2개의 세포를 이용했는데, 왜 1PN이 되고 multi-PN이 될까는 저희들 사이에 미지의 대상이었지요.
일반적인 수정을 했을때는 (즉 난자 주변에 정자를 깔아주는 수정 시도)
음... (정자가 안들어갔나봐)하고 생각할 수는 있는데
미세 수정을 했을때는 (즉 난자 안에 정자를 강제로 밀어넣어주는 수정 시도)를 했는데 왜 1PN이 될까?
하는 질문들이 가능하게 된 것이지요.
아직까지는 ICSI (미세수정)할 때 1PN이 생기는 이유는 정확하지 않는 것 같아요.
추정컨데 미세수정할 때 기계적으로 자성전핵 (female PN)에 손상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추정이 가능할 뿐이지요.
다만 최근 논문에선 일반 수정 (고식적 수정, 난자 주변에 정자를 뿌려주는 수정)에 1PN 증상이 나오는 이유로 일본 연구자들이 다음과 같은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다소 어렵지는 한데 요약해서 정리하면
"수정할 때 female PN에 너무 가까이 정자가 들어가서 1PN이 된 것이다"라는 것이지요. 이유는 잘 몰라요.
다만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면 1PN이 발생하는 것 같다 정도의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대신 이렇게 female PN에 가까이 접근한 정자로 만들어진 1PN은 좀 더 키워서 임신 시도해도 된다는 내용도 발표했는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고식적 수정을 한 경우 1PN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2. 1PN이 나오더라도 비정상 수정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좀 더 키워라
3. 정상 임신에 도달할 수 있다.
난자가 많이 나오지 않고 비정상 수정으로 자주 귀결되는 고난이도 난임 여성에게 조그만한 희망이 될 수도 있겠네요.
이렇게 말하니, "다 아는 내용이라고 신기하지 않다"고 하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