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불면증으로 고생하셨던 분이셨어요.
첫 느낌이 무척 여린 분인다 싶었어요.
사슴눈을 가지고 계시는 분이구나...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지요.
나이가 그리 많지 않아서 내막종이 있고 혈중 FSH 수치가 높지만 한 2달 정도 부부관계 날짜를 정했지만
결과는 모두 아쉬웠지요.
그래서 나팔관 조영술 하고 인공 수정에 들어갔는데 난포 반응은 좋았지만 역시 임신 반응에서 음성
그래서 환자분과 상의한 후 장기 프로토콜로 시험관을 시작하기로 했어요
내막증이 있으면 저희는 단기보다는 장기를 선호합니다.
엽산과 비타민 D, 유산균을 먹으면서
생리 21일째부터 로렐린 주사를 맞기 시작했어요.
생리가 나온 날 혈중 호르몬 검사는 정상
원래 살짝 올라가 있는 FSH도 로렐린 주사를 맞으면 정상으로 돌아가지요.
FSH와 LH가 정상 기저치로 돌아가기 위해 로렐린 주사를 맞는 것이구요.
다만 장기요법을 위해 로렐린 주사를 맞으면 난소에 물집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난소 낭종이 보이면 필요에 따라 생리중에도 난포 흡입술을 시행합니다.
난포 흡입술을 시행하면 해당 난소의 반응에 장애를 주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분도 18mm 이상의 난포가 4개 이상 나와서 성공적인 반응을 보였지요.
이후 주머니배 단계의 배아를 5개까지 키울 수 있어 여러개의 carrier에 각각 냉동해두었던 분입니다.
이후 바로 해동배아 이식을 시행했는데 아쉽게 실패...
가장 가까이 다가갔던 시공간에서 '다시 처음부터'라고 하는 순간은 정말
저도 괴로워요.
한참을 안나타나셨어요.
배아가 남아 있는데도..
실패의 기억은 저에겐 일상이지만, 그분에게는 ... (어떤 기분일까요? 제가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겠지요)
이후 8개월만에 오셨어요.
그리고 1개의 배아를 이식했어요. 정말 기분좋게 시작했어요.
이번에 잘 될거에요. 하면서...
그리고 임신 수치도 보고 정말 기뻐했는데...
아기집은 한개인데, 난황낭이 2개인 일란성 쌍둥이 소견이 보이더군요.
그런데 저에겐 일란성 쌍둥이는 그리 반갑지가 않아요.
산과적 합병증도 많고
유산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지요.
마음을 졸여야 하는 상황이에요.
수치 확인하고 1달가까이를 마음 졸이면서 잘되길 기도했는데,
예외없이
너무나도 슬프게
나타나지 않길 바랬던 결과가 나와버렸어요.
임신 8주~9주에 계류 유산...
어떻게 제가 공감할 수 있겠어요?
또 전 아무일 없듯이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힘내라고...
이또한 지나가면 기억이 안날 수 있을거라고
이런 일은 정말 드문일이라고 말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할일없이 오늘 먼 하늘을 바라봅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