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도 별거 아닌데 임신이 되지 않는 분이었습니다.
2019년부터 타병원에서 난임 시술을 시작했지만 실패를 2번 하고, 2020년 4월쯤 나에게 와서 시험관을 시작했지요.
그리고 계속해서 저를 믿어주셨어요. 난자 채취를 5번 정도했는데 의례히 그렇듯 채취 난자는 시간이 갈수록 적게 나왔습니다.
한번은 웃자란 난포가 있어 시작했던 주기마저 취소한 적이 있었지요.
심지어 2년 사이에 인천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가 점점 병원에 오기를 힘들어했는데도, 저에게 오셨습니다.
난자가 몇개 더 나와 속으로 다행이다 싶어 5일 배아 이식도 했지만 0의 수치만 보였지요.
신선이 안되자 냉동 주기 배아 이식으로 바꾸었는데 해동에서도 임신이 되지 않습니다.
내막 전처치법을 호르몬 투여법이 아닌 배란 유도법으로 이식을 시도해봤지만 결과는 역시 잘 되지 않았지요.
점점 부담스러워졌습니다.
그런데도 그 분은 "원장님... "하면서 외래 문을 열었지요.
작년 5월 해동 배아 이식이 실패한 후 정말 1년만에 와서 "저 이젠 35살 넘었어요."하는데
전 눈길을 어디에다 두어야 할지 몰라했습니다.
젊은 나이에 빨리 임신에 성공해야 하는데, 갈수록 나이가 많아지는 현실에 임신이 될지 더욱 어려운 상황인데 해맑게 나를 믿고 또 오신거지요.
이걸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는 듯 보였습니다.
이 분은 도대체 다른 곳으로 갈 것 같지 않았거든요.
올 11월 난자 채취를 해서 3일 배아 몇개, 5일 배아 몇개를 냉동해두고 냉동 배아를 가지고 난 그 분의 생리가 오길 기다렸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이번엔 품새를 줄이고 단순하게 해보자"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시간을 오길 기다렸지요.
이식전 3일 몇개를 이식할지 5일 1개를 이식할지 고민했지만, 그 분은 심플하게 더 많은 수의 배아를 이식하겠다고 했고 저도 그렇게 하자고 했습니다.
내막을 준비하면서 몇개의 약제와 질정을 추가했더니 내막 두께도 그럭저럭 괜찮았어요.
이식 전날 일요일이라 피검사를 하지 못했는지만, 당일 검사한 프로게스테론 수치도 좋았고 이식도 아주 nice하게 끝났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검사한 aPL 검사에서 양성 소견이 있어 약물 투여만 추가했습니다.
과정은 심플했고, 흐름에 꼬임은 없었지요.
이젠 결과만 기다리면 되었지만, 계속 실패만 했기 때문에 이식 후 웃을수만은 없었어요.
그런데 엊그제 임신 수치가 무척 좋게 나왔습니다.
그날 나에게 온 5명의 임신 수치가 모두 양성이였는데 (매년 2~3번 정도 벌어지는 날) 그분도 양성!!!
살짝 행복해졌고, 많이 행복해졌습니다..ㅋㅋ
최근 믿는 사람이 많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경험치가 많아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읽은 것들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이 생겨 벌어지는 일인 듯도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부담스럽기 전에 빨리 임신을 성공시켜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