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에 오셨던 분입니다.
외국에서 오래 사셔서 영어 말투가 대화에 묻어나셨던 분이셨어요.
결혼한지는 8년가까이 되었는데, 저희 의원에 오신 주된 이유가 출혈이었습니다.
결혼한 후 지속되는 출혈로 배란 주기도 잡을 수 없었다고 하셨어요.
두분이 같이 오셨는데 남편분은 한없이 좋은 느낌을 주신 분이었습니다.
다만 아내분의 몸무게가 살짝 있어 BMI : 27.73이었지요.
우선 몸만들기 하면서 출혈의 원인을 잡아보자고 했어요.
검사한 피검사 수치를 보니 전형적인 다낭성 소견이었습니다.
AMH는 무려 24.0, 다행히 갑상선이나 유즙분비호르몬 수치는 큰 이상이 없었습니다.
남편분은 내원 당일 정액 검사를 했는데 정액양이 그리 많지는 않았으나 운동성과 정상 정자 모두 acceptable한 수치였습니다.
"일단 몸만들어봐요. 오랫기간 임신이 되지 않았지만, 원인이 분명하니 원인을 잡으면 임신하는데 문제 없어요. 걱정말아요"
의심반이셨어요. 거주하는데가 저희 의원이랑 살짝 거리가 있어서 뭔가 확실한 조치를 받고 싶어하시는 느낌이었지만...
전 시험관 전문의가 아닌
'난임 전문의'로 자리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살짝 욕심을 부렸습니다.
"2개월 몸만들고, 2번 정도 부부관계 날짜를 정해봐요"
"시험관 들어가기는 쉬워도,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힘들어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임신이지, 시험관이지 아니잖아요"
외국에 거주하셔서 1~2달 안오시더니, 10월달에 갑자기 나타나셔서
'몸만들고 있어요. 이젠 정말 본격적으로 해볼래요"하셨어요.
그래서 다낭성 관련 내당 검사를 시행 (식후 2시간 당 수치 : 비정상)하여 적극적인 식이 습관 개선을 권유했지요.
이때는 1번방 선생님이 도와주셨습니다.
동시에 난포를 살짝 키우는 경구약 투여를 시작했는데 항상 그랬듯이 난포 반응이 그리 좋지 않았어요.
추가로 몸무게가 있으면서 다낭성인 경우, 처방하는 인슐린 반응 개선제를 투여하면서 난포를 살짝 키우는 주사도
많지 않게 반응을 보면서 난포를 키웠지요. 그러나 실패 (ㅠㅠ)
'오른쪽 난소에 부낭종이 있으니, 적절한 시기에 CT를 찍으면서 부부관계 날짜 잡아봐야지' 하고 마음을 먹으면서
난소 자극을 다시 시작했지요.
다낭성인 분들은 대체로 클로미페보다는 '페마라' 반응이 좋아서
이번 주기 페마라로 시작하고 다시 배란을 유도했지요.
처음왔을땐 지방간을 동반한 간수치 상승 소견도 보였는데,
저와 같이하면서 질출혈도 없어지고 간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와, 무척 기분 좋아하셨어요. 항상 남편과 같이 오시면서...
그리고 2번째 임신 시도에 성공!!!
CT도 찍지 않고,
아프다고 알려진 나팔관 검사도 하지 않은 채로,
인공 수정은 물론 시험관도 하지 않은 채로...
결혼 후 8년만에
단지 2번의 자연 임신 시도로 아이 심장 소리를 들으셨어요.
"선생님, 전 지금 선생님 하와이 여행 시켜주고 싶어요. 너무 고맙습니다"
아니에요.
제가 고맙지요.
저를 믿어주셔서... 나중에 미국에서 보면 아는 척해주세요. 저 영어 잘 못해요... see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