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여보세요. 서울아이비에프입니다.'
'네. 저... 입니다.'
지난 근무 병원에서 임신되신 분의 출산 전화였다.
'저 오늘 애 낳어요. 오늘 선생님이 생각나서 전화했습니다.'
'아.. 네... 애는 잘 울죠? 별일 없으시죠?'
'네. 애 잘 울고 저 별일 없습니다.'
전화를 마치고, 그 분의 기억을 되새겨본다.
2017년 한창 더울때 나랑 만났다.
다시 나이도 많고 이전에 인공 수정에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었던 분으로,
난소 자극 들어갈 때 동난포가 두 난소 모두 합하여 4개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혈액 검사는 다낭성도 없는데 LH 호르몬이 상승되어 있는 소견.
이건 별로 좋지 않는 소견인데, 대체적으로 난포 성장이 좋지 않거나 채취 난자 quality가 떨어진다.
당시는 보험이 되지 않아, luveris를 좀 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는데
follitrope과 luveris를 사용하여 오른쪽/왼쪽 반응이 괜찮게 나왔다
다만 hCG 투여 당일 포로게스테론 혈중 상승 수치를 보여 모든 배아를 냉동하였는데, 특징적인 소견으로
난포의 synchronization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왼쪽 난포의 선진 나포가 23.3mm 오른쪽 난포의 선진 난포가 18.7mm 였다. (MII 2개, MI 3개)
그래도 난소 채취가 나쁘지 않아 해동 배아 이식 !
이식 당시 자궁후굴 소견에 자궁경부 점액질이 많아 이식이 그리 쉬운 편은 아니었는데,
임신 반응에는 합격, 다만 애기집이 보이지 않는 화학적 임신 (ㅠㅠ)
다시 11월에 시험관 시술에 도전,
이전 난포가 고르지 않아 준비 주기에서 high dose 프로기노바 전처치를 했으나 다시 생리가 일찍 나와 전처치 실패
동난포는 3개
이번에는 luveris를 쓰지 않고, 저용량 hCG를 고날에프와 동반하여 투여하였다.
동시에 조금 일찍 가니레버를 투여하여 난포 synchronization을 유도
hCG 투여 당시 프로게스테론 상승 소견이 없고, 에스트로겐 수치도 2000대 정도로 좋은 반응을 보여
채취 난자 8개 (MII 5개) → 3일째 배아 이식을 했으나 임신 실패... ㅠㅠ
이러면 낙담할 수 밖에 없게 되지요. 저도 환자도...
잘 될 것 같은데...
이후 12월 자궁내시경을 해서, 이식할 때 어려웠던 부분을 육안으로 확인해봤습니다.
후굴에 초음파 소견이 그리 좋지 않았거든요.
시술 소견은 자궁내강 폴립이 살짝 있어서,
폴립 절제술을 시행하고 자궁내막 자극술도 시행하였지요.
이후 해를 넘겨
해동주기를 시도하였는데,
이전 해동 배아 이식주기에서 사용했던
단순 호르몬 전처리 방식이 아닌,
페마라를 이용한 자연주기 해동배아 이식을 시행하였습니다.
임신 성공 ~~~
이식 당시 이전과 달리 큰 어려움은 없었고,
자궁내막이 얇아지는 패턴을 보여
도움이 되는 약도 추가 처방을 했는데 잘되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분과 오랜 기간을 같이 했네요. 근 1년
낙담했던 기억만 있다 마지막에 웃어서...
얼마나 마음을 졸였으면,
그리고 얼마나 임신을 원했었으면,
다른 지역에 개업한 의사에게
출산 당일 날 기어이 전화 번호를 눌렀을까 싶네요.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합니다.
이젠 큰 숨 한번 쉬고
다시 새로운 길로 나가세요.
축하해요.
[2018/09/21 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