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기억된다는 것은 저에게 약간 어색한 일입니다.
고등학교나 대학교는 별 어려움 없이 진학하고,
내가 원하는 곳에서 한번도 (1~2번 정도 실패를 했어요) 절망한 적이 없기 때문에 약간 보수적인 생각을 갖게 된 듯 싶어요.
기본적인 생각이
당연하거다.
원래 그런거다.
난 최선을 다했다.
안되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밖이다.
누구에게 가봐도 나보다 더 잘할 수 없다. 등등의 생각들이 저의 생각에 깔려 있는 듯도 싶습니다.
무서운 사람이었어요. 저는...
그러나 난임을 공부한지 10년을 지나 20년을 바라보고 있으니
약간 소심해져요.
신이 있다면 신에게 의지하고 싶어요.
제가 사소한 변화를, 미세한 signal을 놓치지지 않기를
설사 놓쳤더라도, 그러한 사소한 놓침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10개월전이겠네요.
분만하자 마자 저에게 전화를 걸었으니
'원장님. 저 분만했어요'하고 핸드폰를 타고 저에게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시험관 시술로 임신한 분이 저녁 퇴근쯤 소식을 전해왔어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젊은 부부
아이를 그렇게도 원했던 그 젊은 여성이 (올 때마다 약간 좋은 향기가 났던 분이에요)
인공수정에 실패하고
시험관에 실패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저를 보고 울고
점점 꽃이 시들어 가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
가혹한 현실에 고개를 숙이게 되는...
굳이 그 젊은 나이에 그렇게 일찍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는데,
내가 잘못하거나 내가 실수해서 그 시간이 빨리 오고 있는게 아닐까
그러다 정말 혜성처럼
밤하늘에 가느란 빛줄기처럼 임신이 되셨던 분이
어제 전화를 해오셨어요.
'원장님. 저 분만했어요. 이 소식 제일 먼저 전해드리고 싶어오'
'고마워요. 잘하네... 잘 할 것 같았어. 이젠 잘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