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 분을 뵐때 남편 분이랑 같이 오셨어요.
"남편이 약간 터프해보이는데..."
짧은 스포츠 머리에
약간 검은 빛이 띠는, 한편 선해보이는 남편분이 옆에 항상 하셨어요.
처음 클로미펜을 들렸을때, 눈이 퉁퉁 붓는 편이셨지요.
인공수정을 두번 실패하고
시험관에 들어 갔으나,
험관이 계속 실패하자 담배 다시 피기 시작했다고 하는 말을 듣고
제 마음이 얼마나 아펐던지..
저도 대학교때 담배를 피워본 적이 있어서
담배 피는 시간 동안
다가워는 그 쓸쓸함과 먹먹함에 대해 모르는 것이 아니기에
오죽이나 황망했으면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나 했던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마지막이다고 생각하고 이번엔 꼭 성공하자'고 다짐했던 주기였습니다.
물론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언제든지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다짐이 언뜻 언뜻 보였거든요.
성공까지 이르기 위해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도 아니에요.
이분은 신기하게도 가장 좋아보이는 난포에서
난자가 나오지 않는 패턴이 반복해서 나타나는 편이셨어요.
이번 주기에도 가장 외관상 좋아보이는 2개의 난포에서 난자가 나오지 않아
얼마나 신경질이 났던지...
(왜 안나오는 거야... 이분은 이번에 꼭 성공해야 하는데.... 난자 1개당 얼마이고, 난자 1개 더 나오면 임신율이 얼마나 올라가는데....)
이전 주기 5개 이상의 난자가 나오곤 했는데
아주 억수로 기분 좋지 않게
이번 주기 4개 밖에 나오지 않았지요.
거기에 성숙 난자는 겨우 2개!
아이쿠.. 이번에도 안되는 주기인가?
3일 배양 후
확인된 배아 상태도 겨우 2등급.
나쁘지는 않으나 그래도 좋지는 않은... 완전 전 시무룩해졌지요.
이식 당일
한번도 같이 이식실에 들어오지 않던
터프한 남편과 같이 배아를 이식했는데
배아를 태운 공기방울(air bubble)까지 약간 내려오는 느낌.
다시 시무룩...
안될려고 이러나 싶었는데
덜컥 임신 수치 200 이상
정말 제가 엄청 좋아했습니다.
닭살이 제대로 돋았습니다.
저도 살짝 눈가가 촉촉해졌지요.
터프한 남편과 같이 웃으면서 엄청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고마워요. 믿어줘서..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잘 키워봐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