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와 만나게 되면 수월하게 졸업하시는 분도 있지만 정말 오래가는 분들도 있습니다.
처음에 만났을때 많은 환자 중에 하나지만,
같이 시작했던 다른 사람들은 산과 병원으로 전원하는데
혼자서 남아 외래에서 자주 뵙게되면
'아... 이 분 빨리 산과 병원으로 보내드려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합니다.
마음이 쓰이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평범하게 시작했는데
점점 윤곽이 잡히면서
이제는 내 옆에서 확실하게 각인이 되는 것이지요.
저를 만난지
18개월이 되신 분입니다.
나이가 42세
저희 병원에서만 시험관 시술을 하신 분이고
제가 보니 다른 병원으로 가실 것 같지도 않습니다.
온전히 제가 졸업시켜야 하는 분이지요.
시험관 시술을 이번까지 해서 총 6번 했습니다.
난자 수는 처음에도 그리 많지 않았지만
점점 줄어들어 이제는 1~2개 나옵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지만 계속 실패를 했습니다.
시험관 초기엔
나팔관에 물이 차 수술하고 이후 신선배아 이식을 기세가 등등하게 했지만 임신 실패!
3번째부터선
불필요한 배아 이식을 피하기 위해서 최대한 배아를 키워보려고
3일 배아 이식을 넘겨서 이식을 시도했지요. 그래도 계속 실패
5번째 난자채취 후에는 복강에 출혈이 생겨 해동 배아 이식을 했으나, 임신 실패
점점
'어떻게 하지?', '뭘 할 수 있지?', '어떻게 해면 될까?' 차트를 자주 보기 시작했던 것 같네요.
그러다 7월달에
1개 나온 배아를 기존의 방식과 달리 3일째 이식하여
임신 수치가 나왔습니다.
ㅠㅠ
저를 만난지 19개월, 만 41세..
임신 수치를 본 날 남편이 울면서 기뻐했던게 기억이 납니다.
환자분은 오히려 덤덤했어요.
임신 수치도 100에서 doubling되어 200!!!
이후 본 초음파에서도 애기집이 보이는 것까지 확인
아...
이분도 이젠 졸업하겠구나..
다행이다 했는데...
2번째 초음파에서 애기집이 커지지 않는 계류유산...
뭐가 문제일까..
임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다행인걸까..
다음엔 임신이 잘 될수 있을까?
이번처럼 애기집은 보여야 할텐데...
다시 차트를 보고
뭐가 문제인지 확인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분은 제가 책임져야 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