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이식후 임신수치를 확인한다는 것은
무척 떨리는 일입니다.
저희 의원은
임신 여부를 15분 정도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 크지 않는 의원에
통상 9시에 오셔서 대부분 피검사를 하니깐
10시 전후로 해서 당일 확인해야 할 임신수치를
모두 확인할 수 있지요.
아침 공기를 가르면서
진료실를 통과해 가는
검사기계 돌아가는 소리는
정말 사람의 마음을 애간장 녹게 합니다.
수치가 나왔을 땐
임신 수치가 보이던
비임신이던
독특한 기계음이 들리는데
난임 차트를 리뷰하면서
걸어가는 10초 정도의 시간에
"제발 되라... 제발 되길."
2~3번은 속으로 빌어봅니다.
그렇게 임신이 되면 정말 기쁩니다.
그러나 임신이 되지 않으면
저도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엄청 어색한 공기가
저와 환자 분 사이를 지나가게 되지요.
저는 미안한 마음과
"저 의사때문에 임신이 되지 못했어"라고
환자가 생각할거라는 피해망상까지 겹쳐
환자에게 쌀쌀맞게 굴기도 합니다.
저도 살아야 하잖아요.
임신율 30%이면
10번에 7번은 실패하는 것이고
7번 실패할 때마다
전 그 환자에게 뭔가를 제시해야 하지만
딱히 방법이 없을 때가
왜 임신이 되지 않는지 알 수 없을 때가 많아서...
우물쭈물하거나
얼버무리거나
차갑게 말하는 경우가 많아요.
심지어
원인이 명확한데 (나이 든 여성) 원인을 해결할 수 없는 경우는
정말... 뭐라 할말이 없습니다.
아뭏튼
임신이 되면 정말 화기애애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인사하고
덕담하고
주의해야 할 것들도 엄청 세세히 챙기는데
내가 그렇게 다정한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지요.
다음 피검사 날짜도 시간까지 챙기고
황체기 약제 확인하고
보건소 다녀오라고 하고... 등등의 이야기를 전해주면서
몇 주를 보냅니다.
애기 심장 소리를 듣게 되면
헤어질 날짜를 어설프게 이야기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가끔 유산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 심장 소리도 확인하고
착상 출혈도 그리 많지 않으며
황체기 약제를 잘 투여받고 있지만 유산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병적인지 구분할 수 없는
애매한 하복통만 있는 경우
애써 무시하고 있다가
(상세 불명의 복통은 임신 중에 너무 흔한 증상이어서
이러한 증상을
유산의 전조 증상으로 말할 수 없어요.)
덧붙여
미세한 출혈까지 나오면
걱정은 더 심해지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초음파로 아기 심장 소리 확인하는 일과
'절대 안정하라'는 이야기로
'하루 하루 같이 버텨나가 보자'
'잘 되거다' 하는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로
이 순간들이 지나가길 비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보호자의 전화로
당신이 유산되어 다른 병원에서
소파수술을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말로 다할 수 없는
슬픔에 사로 잡히게 됩니다.
완전 오늘 엉망진창이 되었습니다.
남편 분의 목소리에
조금 안심은 되지만
힘드네요. 오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