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과 임신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최근 병원을 방문한 한 환자는 난임으로 인해 여러 차례 시험관 시술을 시도했으나, 실패를 겪으며 큰 좌절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녀는 잠을 제대로 자지도 못했고 알 수 없는 약한 불안감에 시달렸다고 하면서, 이런 상황이 시험관 시술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토로하였다. 이러한 사례는 수면이 단순한 신체적 휴식을 넘어서 건강과 임신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저녁에 잠을 잘 자기 위해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다. 저녁 운동, 건강식 섭취, 마인드 컨트롤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오늘은 특히 멜라토닌 보충제의 섭취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멜라토닌은 송과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주로 자정에서 새벽 사이에 많은 양이 분비되며 숙면을 유도하고 항산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전부터 난임 여성들 사이에서 멜라토닌은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 실제 멜라토닌 보충제가 임신율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여러 연구 결과가 있다. 2013년과 2022년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수면 시간이 적정한 경우에 임신율이 가장 높았다고 하면서 하루 8시간을 전후로 하는 수면 시간이 가장 적합하다고 발표한 바가 있다. 반대로, 너무 오래 잠을 자는 경우 오히려 임신율이 낮아지므로 수면의 양뿐만 아니라 질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하였다. 위의 연구 결과는 수면이 단순한 휴식을 넘어 신체 전체의 균형과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2023년 일본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시험관 시술 도중에 멜라토닌를 추가 투여하여 난포 내의 산화 현상을 억제하는 항산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거라는 발표도 있었다. 이에 따라 필자는 난임으로 내원하는 여성에게 피츠버그 수면질 검사를 권유하고 있다. 수면 장애가 진단되면 난임 여성에게 멜라토닌 보충제의 복용을 권유하고 있다.
다만 멜라토닌 보충제 복용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멜라토닌 복용으로 배란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자연주기 임신을 시도하거나 배란 유도 주기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겠다. 더 나아가 시험관 시술을 하는 동안 멜라토닌을 복용할 때도 유의할 점이 하나 있는데, 하루 2~3mg 정도만 복용하고 복용 기간은 시험관 시술 시작 한 달 전부터 난자 채취일 전까지 약 6주 정도로 제한하는 게 좋다. 다른 건강기능식품과는 달리 단기 복용이 중요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멜라토닌은 졸음, 현기증, 악몽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지도하에 자신의 상태에 맞게 신중하게 섭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요약하면 수면은 임신과 건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므로 충분하고 질 좋은 잠을 자는 것은 난임 치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멜라토닌 투여는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고 항산화 작용을 통해 임신율을 높일 수 있는 보조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다만 모든 경우에서 그렇듯 이를 맹신하기보단 상황에 맞게 의료진과 상의해서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난임 치료 자체도 중요하지만 결국 건강한 나를 찾아가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가기 위한 한 걸음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누적의 힘이야말로 우리의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지름길이다. 필자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자 한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healthyLife/column_view.jsp?idx=11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