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은 흔히 여성의 문제로 여겨지지만, 남성 난임이 전체 난임 사례의 30%를 차지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남성 불임(N46) 환자 수는 2012년 4만1979명에서 2023년 8만6965명으로 10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실제로 최근에 전 야구 선수 양준혁(56)씨가 시험관 시술을 통해 아이를 가진 소식을 전해 화제가 됐다.
남성 난임은 정액양, 정자수, 정자 모양, 정자 운동성 중 하나 이상에 문제가 있을 때 발생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 과도한 음주, 흡연, 운동 부족,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 등이 남성의 정자 수와 질을 저하하는 주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고환에서 정자 형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정액량이나 정자 수가 적어지거나, 정자 수는 충분하지만 정상 정자 모양 정자 수가 감소하게 된다. 이처럼 정액 검사 이상 소견을 무정자증, 희소정자증, 정상정자 감소증, 정자무력증으로 구분하여 진단한다. 이러한 남성 요인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며, 정확한 원인을 알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난임 클리닉에선 정상 정자 감소증이 자주 진단되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들어 정상 모양 정자가 감소해도 (정상 정자 4% 이하) 자연 임신이나 인공 수정 임신율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보고가 종종 나오고 있다. 즉, 정상 정자 수가 감소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시험관 시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상 정자 감소증 하나만 보고 시험관 시술을 선택하는 것은 약간 성급하며, 전체적인 맥락에서 확인하고 전문가와 상담한 후 효과적인 임신 시도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최근 남성 난임 진단과 치료 방법이 의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계속 진화하고 있다. 본원에서도 정액 검사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 임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정자를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좋은 정자를 선택할 수 있다면 인공 수정이든 시험관 시술이든 좋은 배아 생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임신 성공률을 1%라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남성 난임 검사로는 정액 검사, 내분비 검사, 염색체 및 유전자 검사, 고환조직 검사 등을 있으며, 그중에서 정액 검사는 남성 난임 검사의 기본 중 기본 검사법이다. 요즘엔 노련한 임상배아전문가의 경험치에 더해 정자 이미지 분석 프로그램(SAIS)도 도입하여 정자의 수, 운동성, 생존율, 그리고 형태를 평가하고 있다. 이는 실시간 디지털 영상을 통해 분석하여 주관적 판단에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다.
기본적인 남성 난임 치료는 생활 습관 개선과 필요한 경우 약물 요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우선 '몸만들기 프로그램'을 통해 생활 습관을 개선하여 정자의 질을 향상해야 하는데, 대부분 고환을 차갑게 하기 위한 조치이다. 또한 남성 호르몬 수치를 균형 있게 유지하기 위해선 식단도 무척 중요한 요소다.
연구에 따르면,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고 단백질 공급원으로 고기보다는 생선이나 저지방 유제품을 선택한 남성들의 정자 질이 훨씬 뛰어났다. 반면, 가공된 붉은 고기를 많이 섭취하면 임신 성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불포화 지방산의 섭취도 중요한데, 포화지방산은 몸속에서 쉽게 산화되어 고환 세포를 약화시키고 정자 생성 능력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다불포화지방산은 정자 생성에 도움을 줄 수 있으므로 현미나 참치, 연어 등에 함유된 다불포화지방산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비타민 C와 E의 섭취는 몸속의 활성산소를 제거하여 정자 생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두 번째로 남성 난임 환자가 경험하는 심리적, 정서적 측면을 강조하고 싶다. 많은 남성이 난임 치료 과정에서 자존감 하락, 수치심, 불안, 우울 등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는다. 특히 ‘나이는 들어가는데 아기는 생기지 않는다’는 압박감, ‘내 문제 때문에 파트너가 더 고생한다’는 죄책감 등이 그들을 괴롭힌다. 이러한 낭패감으로 남성 난임이 더욱 심해질 수 있으므로, 적절한 도움과 상담이 필요할 경우 적극적으로 난임 의사에게 관련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성 측 요인으로 고생하는 난임 부부에겐 효과적인 정액 전처치법으로 임신에 도달할 수 있는 정자를 선택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생배실 (생식세포 및 배아 배양실)에서 시행하는 고난이도 정자 선택법으로 예전엔 단순 고배율 현미경을 이용하여 수정 정자를 선택했다면 최근들어 정자의 자석특징과 H 수용체로 구분하여 정자를 선택하는 최신 기법이 사용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고난이도 고비용 정자 선택법은 아직은 연구 단계이거나 보험 적용 대상이 되지 않아, 주치의 판단에 따라 선택적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의료진과의 적극적인 상담이 필요하다.
남성 난임은 더 이상 숨기거나 부끄러워할 문제가 아니며,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모두 고려한 총체적 접근이 중요하다. 건강한 식습관, 특히 과일, 채소, 생선, 저지방 유제품의 섭취와 함께 불포화 지방산, 비타민 C와 E의 섭취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동시에 난임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 불안, 우울 등의 감정에 대해 파트너와의 열린 대화가 필요하다. 난임은 부부가 함께 극복해야 할 여정이며, 이 과정에서 더 강한 연대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신체와 마음의 균형 잡힌 관리를 통해 난임 치료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건강한 가족 관계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