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치료 상황이라면 갑상선 기능에 이상이 있는 경우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권장된다. 일반 병원에서는 무시될 수 있는 상태일 수 있지만 난임 진료 환경에서는 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갑상선 상태는 난임 진료에서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에 애매한 경우라도 갑상선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난임 진료로 성공할 가능성을 1%라도 높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갑상선은 목 앞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호르몬 분비 기관이다. 갑상선에서 분비되는 주요 호르몬은 T3와 T4이다. 이 호르몬들의 분비를 자극하는 호르몬은 갑상선 자극 호르몬(TSH)이다. TSH 검사는 갑상선 기능을 진단하는 데 유용하다. 난임 클리닉에서는 증상 유무랑 무관하게 TSH 검사를 시행하여 갑상선 기능을 평가한다. 만약, TSH 수치가 상승하고 갑상선 호르몬이 낮아져 있으면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진단 가능하며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진단되는 경우에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크게 현성과 불현성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현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명확하게 낮아져 증상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증상으로는 쉽게 피로를 느끼고, 피부가 건조해지며, 외모에 생기가 없어지고, 수면장애를 경험하는 등이 있다. 혈액검사에서 TSH 수치가 10mlU/L 이상으로 높은 경우 현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진단된다. 현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경우, 생리가 불규칙해지고 배란도 불규칙해져, 난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고 임신 초기 유산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초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반면, 불현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증상이 발현되지 않지만 혈액 검사로 갑상선 기능 저하가 확인되는 상태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TSH 수치가 살짝 상승하고, T4 수치가 정상 또는 살짝 낮아져 있는 경향이 있다. 본인이 느끼는 증상은 거의 없어서 검사 결과로만 진단된다. 불현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난임을 일으키는 직접 원인이라 말하기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한 연구 결과에서는 유산 또는 난임 경험 있는 여성의 19.9%가 TSH 수치 2.5mlU/L를 초과한 불현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었다(영국 버밍엄대학 Rima K D Dhillon-Smith 교수). 불현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난임, 특히 유산과 연관이 있다 볼 수 있는 이유이다. 따라서,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갑상선 수치가 살짝이라도 높으면 적극적인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갑상선 자가 항체(TPO-Ab)가 양성이면 임신 초기에 필요한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해져서 임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갑상선 자가항체는 면역 체계가 실수로 신체의 정상 갑상선 조직을 공격하는 것인데 임신이 진행될수록 갑상선 호르몬 요구량이 약 45% 정도 상승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난임 여성의 갑상선 자가항체 양성률이 정상인에 비해 유독 높게 나타난다는 발표도 있다(2015, 김용진). 그러므로, 갑상선 자가 항체가 있는 경우도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갑상선 호르몬의 경구 투여로 난임 여성이 불편함을 거의 못 느끼고 오히려 삶의 질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 요약하면 갑상선 수치가 낮아져 있는 경우 설사 증상이 없어도 난임 의원에 방문하여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TSH 수치가 2.7 mlU/L 정도이고 갑상선 항체가 양성일 경우 불현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진단이 가능하며 조기 치료로 임신 성공 및 유산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