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느낌은 사슴눈을 하고 계시는 분이구나였습니다.
slender하고 살이 하나도 없는데 눈은 크고 맑은 분이었어요.
첫번째 아이가 있고 두번째 아이를 갖고 싶은데 잘 안되고 하시면서 저에게 오셨지요.
지방에서 경기도로 이사오셨는데,
아름아름 저를 알게 되어 저의 의원을 택하셨어요.
저와 처음 이야기를 나눌때 의심의 눈초리를 느꼈는데, 맞는지 확인하지는 않았어요.
살짝 그런 느낌을 가지는 것은 아마도 작은 난임 클리닉을 하고 있는 저의 자격지심일수도 있어요.
큰 병원에 있다가 작은 전문 의원에 있으면 살짝 자신감도 떨어져요.
아뭏튼 그래도 가다듬고 난소나이 검사와 전후 사정을 들어봤는데, 큰 문제가 없었어요.
살짝 내막이 얇다는 정도..
그렇게 걱정하지 않고 잘 될거에요. 인공수정부터 하시죠.
남편 정액 검사도 좋고 나팔관도 뚫려 있고 첫째 아이도 있는데 나이가 살짝 있다고 시험관을 하기엔 너무 아쉽다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인공수정을 작년 겨울에 시작했는데, 보기좋게 모두 실패...
한번 더 인공수정 또 실패..
어어.. 왜 이러지..
"선생님. 저 2번째 아이를 꼭 가질거에요."
"우후.. 그러면 시험관을 해봐요."
그렇게 시험관 시술을 시작했는데, 어이쿠 올 3월에 시작한 시험관 시술에서 채취된 난자가 1개...
한번에 성공할려고 단기요법 시작전에 프로기노바를 먹고 시작했는데 겨우 난자가 1개 나오니..
이건 1개의 난자로 배아를 만들고 임신을 시도해보기엔 너무 큰 도박이 아닐까..
물론 임신율이 좋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좀 더 배아를 더 얻어야 하지 않을까..
더 나아가 만약 난자 채취를 한번 더 했는데 난자가 많이 나오지 않게 되고,
설사 나와서 누적 배아 이식을 한다해도
적어도 3개월의 시간이 더 소모되는데..
그렇게 이식한 배아로
더 나아가 임신이 되지 않으면
이 분의 시간과 경제적 타격은 어떻게 해야 하나?
그래도 이건 아니다.
1개로 모험을 걸기엔 너무 risk하다.
차라리 난자 자극 방법을 바꾸고 난자를 더 얻어보고 그 다음에 생각해보자.
그렇게 시작한 장기 요법으로 채취된 난자는 운좋게 8개 (!!!)
2일뒤 생배실에서 전해온 소식은 배아 상태가 좋지 못해 3일 배아 이상 가지 못하고
냉동 가능한 배아는 2개 정도일거다는 소식...
그러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배아는 지난번 1개, 이번 주기 2개 ...
총 3개의 3일 배아..
이걸로 임신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그렇게 시작한 시험관 시작후 5개월만에 해동배아 이식주기
프로기노바 투여로 관찰하던 내막 두께가 어느 정도 나와
크리논 투여 후 예정된 해동 배아 이식일 전날 체크한
혈중 프로게스테론 농도 검사 결과 2.69
이건 너무 낮은데...
주기를 취소해야 할 것 같은데...
순간 들어온 망설임
이번에 주기를 취소하면 너무 오래 가는 것 아닐까?
이분 너무 실망할 것 같은데..
그냥 할까?
주기 취소하면 우리 의원에 믿음이 깨지지 않을까..
충분히 설명한다고 이해할까?
그래도 이번에 해서 믿음을 얻고 임신에 실패하는 것보다.
다음에 하자고 설명하고 (그럼으로써 믿음을 깨질 수 있지만, 나에게 주어진 한번의 기회가 온전히 살려) 임신 성공 가능성을 더 높여보자.
임신이 그래도 안되면, 그러면 이건 우리 의원의 실력이다.
실력이 낮은지, 그래도 믿을만 한지
나도 나를 검증해보자하고 시작한 해동배아 이식 2번째 시도
그렇게 시작한 해동배아 이식에
임신수치 486
제가 결국
(두려움과 무서움이 묻어 있는) 사슴 눈을 가지신 분에게 기쁨에 차 임신 수치를 알려드렸더니..
담담하게 알고 있었다고 하면서
유산 걱정을 하셔서
솔직히 살짝 멀쓱했습니다.
축하해요.
그리고 잘 가요.
(아는 사람 없는) 외지에서 저희가 도움이 되되어 저희도 뿌듯했어요.
이제 여기에서 잘 살아봐요.